
Sashiko _ Ep.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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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재의 사시코 이야기 : 사시코 실 염색하기 ]
일본에서 사시코를 하면서 가장 흔하게 접하는 실은 '다루마 (Daruma)' 라는 브랜드의 실입니다.
다루마는 다양한 종류의 실이 나오는 실 전문 회사입니다. ‘달마도’ 할 때의 그 ‘달마’가 다루마의 트레이드 마크예요. 사시코 실 뿐 아니라, 뜨개질용, 레이스용 등등 다양한 실과 멋진 패턴북을 제작하기에 수예하는 이들의 마음을 설레게 한답니다.
[ 다루마의 공식 웹사이트 / @ https://www.daruma-ito.co.jp ]
처음 다루마의 실을 접하게 된 계기는 아주 단순했어요.
사시코 전용 실이 나오는 곳이 많지 않은데, 초보자가 가장 구하기 쉬울 뿐 아니라 다양한 색상의 실이 예쁜 패키지에 나와 눈을 즐겁게 해주기까지 했거든요.
세트로 구매하면 어렸을 때 마음을 황홀하게 만든 크레용이나 물감 세트를 얻은 것 같았어요.
천 위에 그림을 그리는 것과 마찬가지였죠. 늘 곁에 두고 손이 가는 실 세트를 모으는 것에 푹 빠졌답니다.
그렇게 다루마 실 모으기에 꽂혀있던 중, 마침 교토에 사는 둘째 딸 집에서 걸어서 고작 20분 거리에 다루마의 실 공장이 있는거예요!
어떻게 이런 우연이??
심지어 그 곳에서 실 염색을 직접 해볼 수 있는 워크샵이 있다는 걸 알게 되어 바로 신청을 해버렸습니다.
이렇게 집 근처의 공장에서 이뤄지는 염색 체험이라니 너무나 궁금했거든요.
저로썬 전혀 알지 못하는 분야였기에 어떻게 진행이 될까 염려도 되었고, 모르는 일을 접할 때 망설여지는 마음도 있었음을 부인할 수는 없습니다.
그러나 이 체험은 매우 친절하고 따뜻했던 경험으로 남게 되었어요.
몇 가지의 한정된 염료를 다양한 농도로 배합해 자신이 원하는 색을 만들어 낼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마젠타와 청색을 섞어 보라색을 만드는 것처럼요. 연두색이 필요하면 노랑과 파랑을 섞습니다.
흡사 색 배합 연구소같죠?!
모든 과정에서 어떻게 하지 말라는 부정적인 지시가 없었던 것이 굉장히 인상에 남습니다.
어떤 것이든 물어보고 살펴볼 수 있게 오픈되어 있었어요.
이 워크샵에서는 많은 것이 허용되었지만 혼란스럽지 않았고, 서로를 존중하며 이루어졌습니다.
일본인들에게 기본적으로 깔려있는 매너가 질서를 잡아주었기에 차분한 분위기로 진행되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점차 우리가 원하는 색깔에 가까워지는 과정은 너무나 신기했어요.
염색된 실은 초고속 탈수 기계에 넣어 바로 가져올 수 있었구요.
시호시가 사랑하는 꼬냑과 블루 컬러의 사시코 실이 완성!
이 뿌듯하고 신선한 경험을 얼른 모두에게 전하고 싶은 마음이었어요.
멋들어지는 고호 위에, 우리가 직접 염색한 실로 사시코 작업을 할 생각에 벌써부터 설레네요.